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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리뷰/서평 : 이유있는 디자인

avalanche 2017. 11. 19. 02:07

이유있는 디자인


- 엄주원 지음 | 두성북스 | 13,800원



"미쳤구나, 미쳤어!"

이런 말을 들어도 멈추지 말 것, 

집요하게 끝까지, 지쳐도 끝까지,

보이지 않는 본질과 디자인의 이유를 찾아내보이게 만드는것,

그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브랜드 디자인의 본질은 브랜드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발견하고, 그것을 명료하게 시각화하는것, 즉 보이지 않는 것을 밖으로 꺼내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하나의 브랜드가 탄생하기까지 그 스토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파고들어 정수를 찾아낸 다음 깎고 다듬어 소비자에게 구체적인 형상으로 전달하는 것이 브랜드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 마음을 사로잡는 물건과 공간에는 그것을 만든 사람들의 정성과 감성이 진하게 녹아있게 마련이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공을 들일수록 표시가 난다. 디자이너에게 혼신을 다 하는자세, 미쳐야 다다를 수 있는 경지. '장인정신'이 필요한 이유다.]



지금은 개인과 기업의 브랜딩 전략이 점점 더 중요해져가는 시점으로, 비록 디자이너 뿐만 아니라 어떠한 분야에 종사하든 브랜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디자이너이긴 하지만, 그러한 이유로 예전부터 개인적으로 브랜딩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브랜딩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막막할 때마다 선배 디자이너들은 브랜드와 브랜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디자인을 풀어나가고 있는 걸까 궁금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엄주원 디자이너는 전통주와 도자기 제조 기업으로 유명한 [광주요]의  고급 증류소주인 [화요]의 패키지 브랜딩 디자인으로 유명한 분입니다. 디자인의 아카데미라 불리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화요]가 나올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술병 패키지 디자인들은 대체로 세련되지 못하고 특징이 없었는데 세계 시장에 내놓을 만한 감각적이고 전략적인 디자인이라 생각했어요. 이번에 화요의 디자인 과정이 나와 망설임없이 읽게 된 책입니다.

화요의 브랜드 리뉴얼은 5년이라는 단일프로젝트 치고는 오랜 세월동안 진행되었습니다. 한식의 세계화와 글로벌 브랜드하는 모토아래 한국의 전통, 세계화, 프리미엄이라는 세가지 가치를 토대로 브레인 스토밍을 진행하고, 클래식과 절제를 컨셉으로 한 디자인이 나오는 과정에서, 많은 자료를 탐색하면서 백제의 


사실 디자이너로 일하다보면, 클라이언트가 어떤걸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할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막막할 때가 있는데요. 책에 어느정도 실마리가 나옵니다. 저자가 청담동 한 클럽에서 로고를 의뢰받았는데, "골~저스"하게 해달라는 말만 할 뿐 골저스가 구체적으로 어떤거냐고 물으면 그 당연한걸 모르냐는 태도를 보여 난처했다고 합니다. 

결국 저자는 그 클럽에 출근을 하면서 클라이언트가 무엇을 하는지 보고, 어떤 음악을 하는지 듣고, 친해진 다음에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컨셉을 잡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결과물을 위해서는 클라이언트와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인데요.  시사하는 바가 있었습니다.  


다음은 화요의 디자인 프로세스에 대해 소개했는데요. 공감가는 부분을 발췌했습니다.


[ 화요 디자인은 한식 세계화를 위해 국제무대에 선보일 한국 술이 담긴 '그릇'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다. 우선 한국적이면서 세계 시장에도 통용될 수 있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찾아보기로 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대중적이며 일종의 기준이 되다시피 한 술병의 행태는 역시 길쭉한 와인병이었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일반적인 와인병에서 짧아지거나, 길어지거나, 뚱뚱해지거나, 다른 디테일이 더해지며 셀 수 없이 많은 형태가 파생돼 있다. 그 안에서 굴곡, 부피 등 미세한 차이와 레이블을 더해 제각기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아낸다. 


"검소하지만 누추해보이지 않았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았다." 


백제인들이 남긴 유산은 화려한 세공이 눈에 띄지만, 김부식의 평처럼 사치스럽지 않고 섬세하며 우아하다고 정평이 나 있다. 무릇 한국적인 것으로 모두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역시 한국인의 감성을 제대로 증류한 마지막 한방울이 필요하다. 그것을 담을 용기는 평범한 듯 간결하되 오래 두고 보아도 질리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이런 명제에서 출발, 마침내 찾아낸 화요의 디자인 키워드는 바로 '클래식'과 '절제'였다.


화요는 전통 증류 기법을 계승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맛과 품질을 최상으로 끌어올린 술이다. 과거의 것을 현재에 더욱 발전시키고, '일류의, 옾은 수준의'맛을 보여주고 있으니 앞으로도 그 가치가 계속 이어질 수 있는, 클래식한 존재란 뜻. 이 가치를 최대한 품격있게 보여줄 수 있도록, 또 디자인이 넘쳐 화요의 장점을 가리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절제'를 디자인 원칙에 더했다.


"디자인이 술맛을 방해해서는 안된다."



나는 가능하면 뭐든지 손으로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야만 알아낼 수 있는 형태의 비밀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 제작 가능성을 예측하기에도 수월하고 말이다. 목업을 만들면서 특히 '시각적 촉각' 즉 눈으로만 봐도 촉감이 느껴지는 실루엣을 구현하기 위해 미세한 굴곡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보일듯 말듯 불균질한 외곽선은 미끈하게 잘 빠진 병에서는 느낄 수 없는 편안함을 자아낼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화요의 병은 그렇게 머릿속에서 수천수만 번 고쳐 그리고, 손으로 수백번 다듬어 빚어낸 결과물이다.]




[디자인은 결국 발견의 총합이다. 화요의 디자인은 광주요의 조태권 회장님, 전통 증류소주 전문가 문세희 부사장님, 브랜드 디자이너인 나. 이렇게 세 사람이 보고 듣고 경험한 삶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디자인은 무엇보다 사람을 위한 것이다. 사람의 욕구를 심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디자인의 역할이다. 기업과 브랜드 역시 궁극적으로 사람, 즉 소비자를 위해 존재한다.

디자인의 중심의 우리가 사는 이야기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디자이너는 먹고 자고 입고 즐기는 모든 순간 호기심의 촉을 세우고 있어야 한다. '왜'라고 질문하며, 사물과 상황의 본질을 파고들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매일 세상 모든 것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려 애쓴다. 발견은 멀리 있지 않다. 오늘은 특별한 하루로 대접하고 소중한 눈으로 바라보면 한가지쯤 새롭고 흥미로운 것들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디자이너에겐 필요한 것이 많다. 아이디어는 도처에 존재한다. 그것을 올바른 때에 잡아채 적시타를 치려면 사방에 촉이 닿아있어야 한다.

배워두는 것, 알아두는 것만큼 발견에 좋은 해법은 없다. 디자이너로서 오래오래 달리기 위한 기초체력을 만들고 싶다면 늘 공부하는 자세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디자인은 누적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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